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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디자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막무가내로 작업을 시작했었다. 작업을 진행하고 폰트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통해서 실무에 있는 폰트 디자이너 분들이 종종 조언과 도움을 줬다. 역시 프로는 다르다. 문제는 내가 뭘 모르는지 혹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니 뭘 물어보고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가며 해결했다.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폰트 디자이너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수록 나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 수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롤모델인 이용제 한글 디자이너의 무료특강도 들어볼 수 있었고. 소소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27년 경력의 폰트 디자이너가 이제 막 폰트 디자인을 시작한 내게 가능성이 있다는 말과 함께 궁금하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며 연락처를 남겼다. 이 것은 마치 캄캄한 길을 걷고 있다가 가로등을 만난 것 같았다. 이제까지 혼자서 끙끙거리며 걸어온 내게 좋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 사람들을 실망하지 않도록 파이팅하고 꾸준히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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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여기까지 걸어온 과정들이 떠오른다. 5개월 전. 회사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그래픽 디자인보다 제품 디자인을 많이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였을 것이다. 그리 유쾌한 직업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내가 전혀 모르는 영역에서 일을 하며 배운 것들은 내 작업의 영역을 확장시켜주었다. 하지만 기초가 부실한 상태로 새로운 영역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장애물들을 마주치고 매번 필사적으로 해결해야했다. 오래가지 않아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물론 배움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은 업무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들에게는 쉽게 밑바닥을 드러낸다. 컨셉에 따른 결과물의 형태가 유사하더라도 내가 설명하지 못하는 논리적 근거를 제품 디자이너들을 어렵지 않게 제시할 수 있었다. 어찌됐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밤 10시 11시에 집에 들어가더라도 적어도 한두 시간은 내 작업에 몰입했다. 결코 회사에서 쉬엄쉬엄 일하지는 않았다. 늘 피곤한 몰골에 에너지 드링크를 달고 살았지만 업무는 확실하게 처리했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작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회사를 떠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개인작업을 진행하며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통해 공유하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다. 꾸준히 작업하면서 전시 제안도 여럿 받았지만 그룹전을 세 번 정도 하고 나니 흥미를 잃었다. 실속이 없었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 디자이너다. 내 이력에 전시 경험은 필요치 않았다. 전시를 위한 작업을 그만두니 개인 작업이 정체되었다. 그 시점에서 대체 무엇을 위한 작업인지 목적이 희미해졌다. 의미와 목적이 있는 작업을 고민했고 결국은 한글 폰트에 도달하게 되었다. 무료 배포를 통해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소셜펀딩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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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텀블벅에서 소셜펀딩을 시작한다. 과연 목표금액을 넘어설 수 있을까. 내가 바라는 만큼 후원이 이루어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어쩌지? 그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걱정해봐야 얻을 것도 없다. 결과야 곧 알 수 있을 테고. 어쨌든 주사위는 던저졌다. 펀딩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도 2주나 걸렸다. 텍스트 한 줄 이미지 하나 꼼꼼하게 체크해가며 리워드도 수차례 검토하고 수정했다. 펀딩 페이지 준비를 끝내고 이제 남은 것은 홍보와 본격적인 폰트 제작. 홍보가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열쇠다. 오늘로 준비는 끝나고 내일부터 시작이다. 계속해서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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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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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umblbug.com/zs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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