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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취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건물 바로 옆에서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데 어제부터 시작된 그 소음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어서 집 근처 카페로 도망치듯 나왔다. 처음 오는 카페. 낯선 환경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나는 보통 14인치 노트북으로 모든 디자인 작업을 한다. 대학교에 막 입학하고는 집에서 사용하던 데스크톱과 15인치 모니터를 가지고 작업했었다. 군대기기 전까지 별 무리 없이 작업할 수 있었지만 복학하고 나서 24인치 모니터를 사용하고는 더 이상 작은 모니터로는 편하게 작업할 수 없었다. 특히 플래시나 프리미어 등 인터페이스가 복잡해지는 툴은 작은 모니터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졸업할 때까지 잘 사용한 데스크톱을 두고 노트북을 마련했다. 노트북을 구매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졸업 후 이사를 하면서 데스크톱이 번거로운 짐이 됐기 때문이다. 14인치로. 그 이상은 너무 무거웠고 그 정도는 돼야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화면이 작아서 불편했다. 그리고 작업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발열이 심했다. 올 여름도 이 노트북 덕분에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르겠다. 14인치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가까운 거리는 들고 다닐 만했지만 좀 오래 가지고 다니자니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그래도 4년째 고장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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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만 해도 2년 주기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고는 했는데 사실 업그레이드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돌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다들 새로 사고 좋은 사양으로 작업하는 것이 부러웠나 보다. 지금은 데스크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종종 게임을 할 때 사용하고는 했지만. 또 다시 이사하면서 24인치 모니터의 케이블을 잃어버렸다. 보관은 하고 있지만 버리자니 아깝고 쓰지는 않는 짐이다. 이제와 서는 이 14인치 작은 화면이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더 큰 모니터 혹은 듀얼 모니터 같은 것이 내가 하는 작업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썩 좋은 작업 환경은 아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작업할 뿐이다. 물론 회사에서 디자인할 때는 큰 모니터를 사용했다. 회사일과 개인 작업 사이에 차이도 있겠지만 나는 이 작은 노트북 화면이 훨씬 몰입하기가 좋다. 지금은 일 년 전에 구입한 11인치 맥북 에어도 가지고 있다. 14인치가 무거워서 정말 가지고 다니면서 작업할만한 가장 작고 가벼운 쓸만한 노트북을 찾다가 결국 11인치 에어를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작업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정말 화면이 작긴 하지만 그래도 작업할 수는 있다. 자취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정말 정말 더운 날에는 11인치 에어를 들고 카페로 도망가서 작업하고는 했다. 좁은 원룸. 작은 화면의 노트북. 지금은 퇴사한 작은 회사.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내 그릇이 작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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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14인치 노트북과 하루 종일 열심히 돌고 있는 선풍기를 옆에 두고 새벽 2시 반. 지금도 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삼스레 회사에서 새벽 4시까지 일하고 퇴근하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물론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날이면 녹초가 되어 눈 밑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에너지 드링크를 물보다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던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작업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딱히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받지도 않는다. 물론 당장 수입은 없지만. 어쩌면 생활고에 시달려 다시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월급쟁이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필사적으로 디자인해야만 한다. 4년 된 노트북. 물론 나를 지원해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기에 모든 일들이 가능한 것이지만 분명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의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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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ㄴ.ㄷ.ㅁ.ㅅ.ㅇ.ㅈ. 지. 블랙 오리지날 타입의 문자 1/3 정도를 완료했다. 수정 작업을 하면 할수록 1ST블랙의 미흡한 점이 참 많이도 드러난다. 무턱대고 ㄱ.부터 ㅎ. 까지 순서대로 작업했으니 명확한 규칙 없이 그때 그때 다르게 적용되었다. 사실 당시에는 얼른 완성하고 배포할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수정 작업은 최소한으로 못 봐줄 글자 몇 개만 수정했었다. 이제 와서 열어보면 눈 앞이 캄캄하다. 생각보다 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계획에 없던 검수까지 추가되어 더 부지런히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눈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려고 모니터 밝기를 조절해가며 작업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쉽게 충혈되는 눈인데 눈이 빠지도록 작은 화면 가득한 글자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다 보면 시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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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레 직장 생활을 하던 때와 지금은 여러모로 다르다. 직장 생활은 하루하루가 반복이었다. 무슨 작업이든. 대부분 회사 일들이 그렇듯이. 별일 없이 살아간다. 출근. 작업. 퇴근. 취침. 요즘은 하루 하루가 다르다. 어디선가 제안이 오기도 하고. 미팅도 잡히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훌륭한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얻고 많은 것을 배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겪어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정말 하루 하루가 특별해지는 순간들이 점점 더 자주 찾아온다. 응원과 격려. 후원과 선물. 제안과 만남 등 사소하거나 중하거나 고마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는다. 작업 일지를 작성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 3시가 넘었다. 내일도 열심히 작업을 하려면 슬슬 잠을 청해야 할 것 같다. 아침 7시면 다시 일어나 이 작은 노트북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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