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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기획한 비옴 타입페이스 프로젝트 https://www.tumblbug.com/b-om/ 를 이제야 시작했다.


프로토타입을 무료 배포하고서 멜트다운 타입 작업이 끝나면 바로 진행하려고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치고 들어와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반년이 지나버렸다. 바쁘다는 것은 좋은 징조지만. 계획대로 작업을 끌고 나갈 수 없으면 문제가 된다. 개인전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제안을 받아 급하게 진행했던 개인전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간 자체도 마음에 들었고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나로서도 어설프게나마 한번 개인전을 치루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그렇지만 결과랄 것이 별로 없었다. 늘 개인전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가 문제였다. 욕심만큼 해내지 못했으니. 만족스러울 리가 있겠는가. 아무튼. 개인전 다음은 서울국제도서전 - 특별전에 참여했다. 고맙게도 이용제 디자이너가 제안해주셔서 한 달 동안은 맹자언해를 붙들고 씨름했다. 어떻게 옛 한글을 재해석할 것인가. 또 한번 벽을 마주했고 겨우겨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난 주말에 코엑스에 가서 전시를 관람했다. 생각보다 구성이 좋은 전시였다. 전시를 관람할 때마다 나는 어떻게 전시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만 깊어져 간다. 어떻게 해도 영 어설픈 것이 아직은 레벨이 낮아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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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의 장기간 프로젝트. 이제까지 지블랙 타입을 텀블벅을 통해 제작하면서 길게는 4개월. 짧게는 2개월의 작업을 진행했었다. 긴 시간 동안 무사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비옴 타입페이스는 11,172자에 5가지 웨이트로 제작된다. 글자 수만 따지면 작업량이 가볍게 20배는 넘어가겠지만. 지블랙과 달리 조합식으로 제작하기에 어쨌든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우선은 각각의 글리프를 제자리에 링크해서 심어놓는 파일 작업이 가장 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가온다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면서 테스트해봤지만. 그렇게 세팅이 끝나면 대충 50-60벌의 자모를 설계해서 글리프만 바꿔주면 된다. 처음 11,172자와 영문, 숫자 그리고 문장부호와 특수문자 작업만 끝내면 웨이트 별로 폰트를 제작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을까. 특수문자는 모든 웨이트에 동일한 디자인을 넣을 생각이다. 굳이 잘 사용하지도 않는 특수문자를 웨이트 별로 디자인하는 것은 과하지 않을까. 물론 막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문제가 쏟아지겠지만.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그래 왔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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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온다. 장마철이라길래 이때다 싶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아직 비 소식은 없다. 마음 같아서는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면 좋겠지만. 이 작업의 씨앗이 되는 레터링. 비가온다는 사무실 창 밖으로 내리는 빗방울이 창문에 맺혀 내리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업했었다. 비를 모티브로 작업하는데 비가 내려주면 좀 더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지블랙과 비옴. 그리고 진행 예정인 여러 가지 타입들. 애초에 계획은 2018년까지 10개의 폰트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점점 조급해진다. 단순히 폰트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물론 월세도 내고 먹고살아야 하니 따로 돈을 벌기 위해서 외주작업도 하고 바쁘게 지내다 보면 작업할 시간도 줄어들고. 또 한번 텀블벅에 기대어 보지만. 이전에는 실패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하면서 300만원. 200만원씩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1000만원을 목표 금액으로 잡았다. 펀딩이 성사될지. 되지 않을지는 60일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성사되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웨이트 별로 하나씩 나눠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할 생각이다. 역시 내 레벨이 아직 낮다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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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작업일지에 남은 기록과 고민의 흔적들을 보면. 그래도 참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그냥 이렇게 저렇게 대충해서 소스 바르고 완성! 그런 디자인을 피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구나. 느낄 수 있다. 안주하고 있을 현실이라는 게 없다. 가진 게 이것밖에 없으니 독하게 갈고닦아야지. 매년 조금씩이나마 나아가고 있다. 전시만 해도 처음에는 동네 카페 같은 곳에서 참가비까지 줘가면서 다섯 작품 걸고 그룹전에 참여했었지만. 올해는 그래도 코엑스에 내 작품을 걸었으니깐. 굉장한 발전이다. 여전히 먹고 살기는 팍팍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금은 독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ZESS TYPE이라는 이름으로. 계획대로 착실하게 작업해서 2018년이 되면 나는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작은 스튜디오라도 꾸릴 수 있을까. 다들 매년 더 힘들어진다는데. 먹고살만하려나. 그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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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개인 작업이 게을렀다. 2015년에 비하면 2016년은 너무 풀어져 있었다. 나사를 조이고 다시 꾸준히 작업을 해봐야지. 이런저런 채널을 통해서 다른 디자이너 혹은 아티스트들의 작업들을 보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본다. 굉장한 자극을 받고서 의지를 굳히고 창작욕이 불타오른다. 그리 오래가지는 않지만. 아무튼. 한동안 외주 작업에 치여 살고 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럴 것이다. 이렇게 외주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 스래 개인작업이 하고 싶어 근질거린다. 열심히. 파이팅하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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