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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에서 주최한 폰트 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했다가 아주 좋은 툴을 발견했다. 

글립스라는 폰트 제작 툴인데. 이게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처음 폰트 디자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다룬 툴이 폰트 크리에이터라는 툴이다. 당시에는 폰트 제작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서 겨우겨우 찾아낸 것이 손글씨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글씨를 폰트로 만들기 위해서 글리프 한 칸 한 칸에 한 글자씩 채워 넣는 방식으로 폰트를 제작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한 글자씩 그려서 폰트 크리에이터의 빈칸 하나하나를 채워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처음 제작한 폰트가 1ST블랙이었다. 그 후로 펀딩을 진행하며 제작한 지블랙 오리지날 타입과 네온사인 타입 그리고 멜트다운 타입 역시 폰트 크리에이터와 오픈소스인 폰트 포지를 사용하여 제작하였다. 그 후로 폰트랩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번 프로젝트를 폰트랩으로 작업할 계획으로 폰트랩을 종종 만져보고는 했는데. 폰트랩은 인터페이스가 손에 익질 않아서 애를 많이 먹었다. 그러던 와중에 알게 된 글립스는 인터페이스가 아주 마음에 든다. 사용하기도 편하고 아무튼. 폰트랩보다 저렴하고. 이제 막 손을 댄 툴이지만. 작업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용제 디자이너의 강연도 무척 인상 깊었다.

훌륭한 옛 글씨로부터 좋은 폰트로 연결되는 프로세스랄까. 한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보고 싶어 지는 그런 강연이었다. 애초에 나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시작한 폰트 디자인은 한글을 필법이나 획. 글씨에서 연결되는 조형법 등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서 오로지 각각의 자음과 모음을 그래픽적으로 분해. 결합하면서 글자를 짜만들고 있었다. 당장 내가 덤빌 수 있는 영역이 그러하니 별 수 없다. 폰트를 하나씩 만들어낼 때마다 이것저것 배우는 게 참 많다. 한 사람을 만나도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아직 배움이 많이 부족하다. 2018년까지 기반을 마련하겠다던 나 자신의 다짐이 참 보잘것 없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저 훌륭한 한글 디자이너와 같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작업에 불이 붙는다. 눈동자와 손가락이 쉴 틈 없이 움직이며 몇 시간이고 작업하다 보면 눈은 뻑뻑해지고 손가락은 저려온다. 인공 눈물을 눈에 넣어가며.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바꿔가며 마우스를 클릭하며. 그런 날은 하루 16시간이고 작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몸이 축난다. 운동을 좀 하긴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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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작업하고 있는 비옴 타입페이스 50 비 폰트는 무료 배포한 비가온다PT02를 다듬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11,172자를 조합하기 위한 컴포넌트를 짜는 작업. 조합 규칙을 가지고 있는 모듈화 된 폰트지만 그러한 작업은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진행되었고. 결국에는 완성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다시 분해하여 컴포넌트를 자리에 짜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KS규격에 맞춘 2,380자는 며칠 전 조합을 끝냈다. 



지금은 11,172자를 짜 맞추고 있는데 이 작업은 서두른다고 되는 작업도 아니다 보니 차근차근 채워가고 있다. 초성이 6-7벌. 중성이 12벌에서 최대 27벌. 종성이 5벌로 구성했다. 앞으로 다듬다 보면 점점 추가되겠지만. 기본 골격이 되는 미디엄. 50 비 타입을 완성하면 나머지는 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다. 애초에 계획한 일정보다 더 빨리 완성할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검수해가며 완성도를 높여야겠다. 아마 12월 초에는 50 비 폰트의 프로토타입을 후원자 분들에게 제공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무료 배포했던 비가온다PT02보다야 완성도가 높겠지만. 최종 검수를 거친 후에야 정식 배포 및 판매를 할 수 있겠지.  


훌륭한 디자이너들의 폰트를 보고 나서 내가 제작하고 있는 폰트를 보면 참 보잘것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별다른 의미나 가치가 있을까. 내가 제작하고 있는 폰트가 과연 많이 사용될까. 그냥 나 혼자 좋다고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러한 과정 없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조급해하지 않고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서. 아무튼 내가 걸어온 길이 이 길이고. 당장은 눈 앞의 길을 잘 살펴가며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게 최선이다. 2018년까지 10개의 폰트. 일단은 이 목표부터 이루는데 집중하고. 차근차근 그 후 10년의 계획을 세워봐야지. 화이팅.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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