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제 디자이너 분과 만나 한글 폰트 디자인에 관한 주제로 네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폰트 디자인이라 이론에서 방법적인 부분까지 아는 바가 너무 부족했다.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는데 매번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보다 직접적으로 폰트 디자인의 과정을 사용자와 공유하고 교감하며 진행할 수 있는 펀딩 제작 방식에 대한 부분이다. 펀딩의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더 많은 사람들과 폰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애초에 이용제 디자이너의 바람체 프로젝트를 몰랐다면 나 또한 폰트 디자인을 시작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취향과 가치에 관한 이야기 속에 지금까지 내가 기획하고 진행해온 일련의 과정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서 조금 어긋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새로운 것, 기존에 없는 것을 찾아 한글 폰트의 다양화를 추구하려 했던 생각이 실은 꼭 폰트 디자인으로 옮겨야 할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도 사용자와 공감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억지스러운 주장을 할 수는 있으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폰트 디자인 작업에 억지스럽게 허비하고 싶지는 않다.

스스로 뜻을 바로 세우고 조금 더 신중하게 기획하고 진행해야겠다.

다음에 술 한잔 하시자니 그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정리.

본래 그래픽 디자이너로 한글 레터링 작업을 즐겨하다가 폰트 디자인을 시작하고는 기존 레터링 작업들을 폰트로 제작하려 하면서 레터링 작업 자체를 폰트 디자인을 위한 글자 조각 모음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레터링 작업에 쓰인 타입페이스를 모아도 이를 폰트로 제작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레터링의 경우 단어나 문장의 가독성이 떨어지더라도 비교적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가 있지만 다양한 사용자가 임의로 사용하게 될 폰트의 경우는 가독성이 떨어지면 사용이 곤란하다. 앞으로는 레터링에 쓰인 타입페이스를 그대로 폰트로 옮기지 않고 컨셉이나 형태, 조형 규칙을 살려 기획 단계에서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

한글 폰트의 다양화. 흔치 않은 그래픽 타입페이스를 추구했지만 가독성과 사용성이 떨어지는 문제. 이 서체를 사용할 수 있는 매체. 쓰임에 대한 문제. 쓰이지 않더라도 하나의 서체로 남길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에 대하여 이용제 디자이너 분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질문에 답을 얻었지만 고민이 깊어진다. 처음 뜻을 두었던 다양화를 추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자의 수요와 사용성을 고려하여 보다 영리하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해야겠다.

기본적인 활자 디자인의 이론을 공부가 절실하다. 그래픽 디자인을 주로 하다 보니 글자를 그저 그래픽적인 요소로만 생각하며 디자인을 하다 보니 딱히 공감할 수 있는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없다. 그저 하나의 그래픽으로 인지될 뿐이다. 서체의 역사라든지 필법에 따른 획의 표현 등 기존에 고려하지 않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내가 제작한 폰트로 자기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사용성이 나쁘지 않은 디자인을 추구하고자 한다.

본래 펀딩을 통해 폰트를 제작하며 의도한 바는 파일 하나 달랑 남는 결과물이 아닌 작업 과정을 많은 분들께 공개하고 공유하여 혹시 모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완성된 폰트 파일 이면에 녹아 있는 노력과 고민을 알아주었으면 하고 진행했다. 안타깝게도 이전 프로젝트는 작업 기한이 촉박하여 작업에 쫓겨 많은 과정을 업데이트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는 이런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야한다.





기획에서부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후원자 혹은 사용자 분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폰트 디자인은 외로운 작업이다 보니. 응원과 격려가 정말 많은 힘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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